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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팝의 사건사고 - 7. 엘비스와 뒤섞여 부기우기 부기우기

1950년대 중후반 ‘라틴 무도음악’이 서울 등 한국 대도시의 무도장과 음반가를 평정했다는 점은 지난 주에 소개한 바 있다. 

 

그것을 ‘미국 음악이 아닌 라틴 음악’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아메리카를 ‘미국’이 아닌 ‘미주(美洲)’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평도 덧붙인 바 있다. 아직까지도 이 모든 것을 ‘재즈’라는 범주로 뭉뚱그리는 관행이 있었다는 점도 다시 한번 기억해 두자.

맘보를 비롯한 라틴 무도음악의 위세가 대단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범(凡) 미주 음악이 아니라 ‘진짜’ 미국 음악의 영향도 간단히 무시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즉, 맘보, 차차차, 탱고 등 ‘중남미’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리듬 외에 스윙, 부기(부기우기), 트위스트 등 ‘북미’에서 연원한 리듬도 거의 동시적으로 한반도에 상륙한 것이다.

팝 음악의 역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스윙, 부기우기, 트위스트 등이 ‘로큰롤의 탄생’과 이렇게 저렇게 관련된 음악의 갈래들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조금 더 전문적으로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갈래(장르)들이 ‘북아메리카에 거주하는 아프리카인들의 후손들’, 간단히 말하면 ‘미국 흑인’, 복잡하게 말하면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음악이라는 사실도 알 것이다. 소통의 편의를 위해 ‘흑인 음악’이라는 말을 잠시 사용하도록 하자.

스윙, 부기우기, 트위스트 등도 맘보, 차차차, 탱고와 마찬가지로 ‘대중가요’로 뿌리박기 위해서는 토착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대표적인 곡은 1950년대 말에 발표된 ‘기타 부기’(이재현 작사, 이재현 작곡, 윤일로 노래)다. 

 

부기우기 리듬의 흔적은 기본 박자 하나를 2:1 정도로 세분하는 이른바 ‘셔플 리듬’으로 드러난다. 기타 줄을 음표 하나 하나 끊어치는 전주나 “부기우기 부기우기 부기우기 부기우기 기타 부기”라고 외치는 후렴구 등에서 미국 흑인음악의 영향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물론 기타를 앞세우기는 했어도 아코디언과 우드 베이스가 등장하는 반주는 ‘부기우기 리듬은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이라는 후대의 통념과 괴리되고 있지만.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부기우기’가 무엇인지 알고 후렴구를 따라 불렀는지는 의문이다. 

 

그렇지만 이 곡이 히트를 기록한 1957년이면 태평양 건너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가 엉덩이를 흔들면서 센세이션을 일으킨지 이미 1년 정도가 지난 뒤이다. 

 

과장인지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20세기 후반 최대의 사건’이라고 불리는 바로 그 일이고, 로큰롤의 ‘댄스 열풍(dance craze)’이 세계 각지의 10대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을 들썩이게 했을 바로 그때다.

물론 ‘기타 부기’는 로큰롤은 물론 부기우기와도 거리가 있다. ‘기타 부기’가 한국에서 히트할 무렵인 1957년 로큰롤 스타 가운데 한 명인 척 베리(Chuck Berry)의 그 유명한 ‘스위트 리틀 식스틴(Sweet Little Sixteen)’의 싱글 뒷 면의 곡이 ‘기타 부기(Guitar Boogie)’라는 사실을 확인한다고 해서, ‘부기우기가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히트했다’고 평하기는 곤란하다. 

 

오히려 ‘기타 부기’같은 스타일의 곡은 미국 대중음악보다는 일본 대중음악의 유행의 흔적이 더 강하다.

어쨌거나 일본 대중음악사의 기본만 안다고 해도, 작곡가 하토리 료이치(服部良一)가 만든 ‘도쿄 부기우기’와 ‘샤미센 부기우기’ 등이 1940년대 말~1950년대 초 일본 열도를 후끈 달아 오르게 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렇다면 부기우기의 히트는 한국 대중음악의 많은 유행이 그러했듯 ‘일본의 매개’를 확인하는 것으로 족한 것일까. 하지만 모방이니 (재)창조니 하는 논의는 소모적일 때가 많다. 

 

창조성이 뛰어나든 그렇지 않든 어떤 음악이 유행한다면, 그 하나의 이유는 수용자들이 이미 그걸 받아들일 태세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부기우기 부기우기 기타 부기”라는 후렴구를 기꺼이 따라불렀던 수용자의 감성은 어떻게 형성되었던 것일까.

 

음반이나 라디오같은 정상적 매체도 어느 정도는 대중화되었을 것이고, 이를 통해 미국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더 직접적인 전달 수단도 있었다.

 

통상 ‘미8군 무대’라고 부르는 세계다. 이 세계에서 연주되던 음악이 일반인들에게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다음에는 이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 보자.

 

신현준/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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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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