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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1.25 한국팝의 사건사고 - 24. 통기타를 든 락의 대부 '신중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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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팝의 사건사고 - 24. 통기타를 든 락의 대부 신중현

 

한국 록을 이끈 신중현(사진 왼쪽)과 신중현 음악의 정점을 보여주는 김정미의 독집 ‘나우(NOW)’ 


한국에도 ‘로큰롤 명예의 전당’이 설립된다면 맨 처음으로 오를 인물들 가운데 하나가 신중현이다. 한국 그룹 사운드의 초창기부터 밴드를 이끌면서 선구적 길을 개척한 업적은 단골로 붙는 수식어인 ‘한국 록의 대부’란 구절에 집약되어 있다. 그의 이름 앞에 곧잘 따라오는 또 하나의 수식어는 ‘히트곡 제조기’라는 것이다.

 

작곡가로서 그는 1968년 ‘님아’, ‘커피 한잔’(펄 시스터스)을 신호탄으로 ‘늦기 전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님은 먼 곳에’, ‘거짓말이야’(김추자), ‘꽃잎’(이정화), ‘봄비’(퀘션스/박인수) 등 수많은 히트곡들을 분만해 냈다.

 

이 곡들이 시기적으로 불과 만 2년 사이에 발표된 것이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그게 전부일까. 그 뒤에 발표되어 히트한 곡들만 해도 ‘노래방에서 1시간 안에 부를 수 없는 분량’이란 점만 일단 확인해 두자.

 

신중현이 한국판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면 어떤 사진이 걸릴까. 대다수가 떠올리는 모습은 일렉트릭 기타를 들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작곡가로서 업적이 못지 않지만 아무래도 ‘그림이 되는’ 건 연주자로서의 모습인 까닭이다. 그런데 사진이 한 장이 아니라 여러 장이 걸린다는 전제하에 이런 사진은 어떨까. 통기타를 든 신중현 사진 말이다.

 

 

1969년 한국 팝의 혁명 이후 솔, 사이키델릭, 포크 음악이 삼두마차가 되어 가요계의 지반을 뒤흔들었던 일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아도, 이 시기 신중현이 통기타 포크 음악(당시 용어로 ‘폭송’)을 시도하고 관여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신중현과 포크’라면 보통 고개를 갸웃하겠지만, 그는 1968년 김응천 감독의 영화 <푸른 사과>의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조영남(‘빗속의 여인’), 트윈 폴리오(‘떠나야 할 그 사람’) 등이 부른 노래의 작곡가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푸른 사과> 사운드트랙이 단지 작곡가와 가수로서 일회적 인연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통념과 달리 신중현은 작곡할 때도 통기타를 애용했고 스튜디오에서도 종종 연주했다.

 

신중현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아름다운 강산’의 오리지널 버전(1972년)을 유심히 들어보면 전기 기타가 아니라 통기타 반주가 내내 흘러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하나의 예로만 치부할 수만은 없는 것이 1972~73년께 신중현의 통기타 연주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곡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강산’을 분만한 바로 그 시기 신중현은 ‘더 멘(The Men)’이란 그룹을 이끌고 있었다. ‘더 멘’은 솔과 사이키델릭을 지향했다는 점에서 신중현의 이전 그룹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서울시향의 관악기 연주자 손학래를 멤버로 영입하고 훗날 작곡가로 대성하게 되는 김기표 등 ‘젊은’ 멤버들과 함께 실험적인 음악들을 다수 남겼다.

 

‘더 멘’은 독집을 남기지 않았지만 장현, 윤용균, 지연 등의 솔로 가수 음반(물론 ‘신중현 작편곡집’)의 뒷면에 남긴 ‘길고 몽환적인 롱 버전들’을 통해 한국 록 음악사에 돋을새김에 해당하는 명연(名演)들을 남겼다.

 

 

신중현이 ‘더 멘’ 시절 남긴 명연에 대곡 성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바로 어쿠스틱 기타, 또는 일렉트릭 기타를 사용하더라도 이펙트를 쓰지 않고 생톤으로 스트러밍하는 소박한 연주들이 있었다.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한 장현의 ‘나는 너를’, ‘마른 잎’, ‘미련’ 등은 신중현이 이 시기 기타의 포크적 구사에도 몰두했었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김정미의 독집 (1973)는 그 정점일 것이다. 사이키델릭과 포크, 관능과 순수를 결합한 김정미의 노래들은 신중현 음악의 정점이자 한국 팝의 정점이기도 했다.

 

그 무렵 신중현은 대표적인 포크 가수였던 양희은, 서유석의 음반들도 주도해서 만든 적이 있다. 비록 상업적인 성공과는 거리가 있었으나, 신중현이란 대표적인 솔·사이키 음악가와 양희은과 서유석이란 포크 가수의 결합은 진기한 음악적 경험으로 지금도 남아 있다.

 

 

이용우/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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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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