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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1.20 한국팝의 사건사고 - 16. 노래-연주 몸섞어 ‘록밴드’ 를 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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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팝의 사건사고 - 16. 노래-연주 몸섞어 ‘록밴드’ 를 낳다

 

한국팝의사건·사고60년 - (16) 한국의 비틀스: 애드 훠와 키 보이스

 

한국 청년문화의 통념을 형성한 오랜 수사법은 1970년대라는 시기와 통기타, 청바지, 생맥주라는 대표적 기호를 언급하면서 낭만과 저항을 서술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 청년문화가 본격적으로 파란을 일으킨 시점은 197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고, 상징적 기호 또한 ‘통기타, 청바지, 생맥주’보다 훨씬 풍부했다.

 

1960년대의 문화적 현상이 단지 1970년대 청년문화의 ‘전조’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은 기억해두고 자세한 이야기는 차차 풀기로 하자.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1964년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의 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후 여러 해 동안 가요계의 형세는 이미자의 독무대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거라고 지난 주에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1964년은 한국 팝, 의미를 더 좁히자면 한국 록(큰롤)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해다. 다름 아니라 ‘한국의 비틀스’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 록의 선구자로 기록될 그 주인공은 애드 훠(Add 4)와 키 보이스(Key Boys)다. 애드 훠는 한국 록의 대부로 흔히 일컬어지는 신중현이 만든 밴드로, 미8군 무대에서 기타리스트로 명성을 날리던 그가 미군이 아니라 한국 대중을 겨냥해 처음 결성한 밴드다.

 

싱어 서정길, 드러머 김대환 등이 정규 멤버로 거쳐갔고 가수 장미화 등도 객원 멤버로 활동한 바 있다. 김홍탁(리드 기타), 윤항기(드럼), 차중락(보컬), 차도균(베이스), 옥성빈(리듬 기타)으로 구성된 키 보이스 역시 미8군 무대에서 싱어 송영란과 함께 락 앤 키(Lock and Key)란 이름으로 활약한 밴드다.

 

1964년 애드 훠와 키 보이스의 데뷔 음반이 발매되었다. 먼저 나온 것은 키 보이스의 음반 <그녀 입술은 달콤해>였다.

 

이 음반에는 ‘아이 원 투 홀드 유어 핸드’(비틀스)를 비롯한 번안곡 일곱 곡과 ‘정든 배는 떠난다’를 포함한 창작곡 여섯 곡이 수록되었다.

 

창작곡의 경우 키 보이스의 자작곡은 아니고 이들의 친구이자 당시 신예 작곡가였던 김영광이 만든 곡들이다.

 

반면 그해 말에 발매된 애드 훠의 음반 <비속의 여인>은 신중현이 작사, 작곡한 곡들로 채워져 있다. 연주와 노래는 물론 작곡과 편곡도 밴드 자체적으로 소화한 놀라운 음반이다.

 

키 보이스의 음반이 전체적으로 백인 록큰롤 풍인데 반해, 애드 훠의 음반은 리듬 앤 블루스의 색채가 진하게 남아 있다. 뒤에 다른 ‘가수’가 불러 히트한 ‘내 속을 태우는구려’(펄 시스터스의 ‘커피 한잔’), ‘비속의 여인’(장현)의 원형이 담긴 음반이기도 하다.

 

한국 최초의 록 음반으로 기록되는 이 두 음반은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신중현의 표현에 의하면, ‘망했다’. 전기 기타와 드럼이 자아내는 시끄러운 사운드가 하나의 원인이었다.

 

무엇보다 ‘노래는 가수(솔로 또는 중창단), 반주는 악단, 송라이팅은 직업적 작사·작곡가’ 체제가 너무나 당연했던 시절, 너댓 명의 청년들이 그룹을 이뤄 노래도 하고 연주도 하는 모습은 너무나 낯선 것이었다.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나 ‘한국의 처비 체커’가 아니라 ‘한국의 비틀스’의 등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이 가수, 악단, 작사·작곡가라는 전통적 분업체계에 균열을 낳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컬 그룹(중창단)과 캄보 밴드의 구분을 지우고 노래와 악기 연주가 통합된 새로운 형태의 그룹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1964년을 한국 록의 원년이라고 부른다면 그런 맥락에서다.

 

그런데 한국 록의 선구자를 이룬 밴드가 그들뿐이었을까. 최영훈과 최영한 형제가 주축이 된 ‘코끼리 브라더스’가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회자된다. 아쉽게도 음반이 발견되지 않아 기억 속으로 묻혀버리고 말았지만. 어쨌든 이들 세 밴드의 등장을 신호탄으로, 수많은 ‘한국의 비틀스’들이 뒤이어 등장했다.

 

 

이용우/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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